BsaB Candles -Beeswax Coral Candle-
영화 '취화선'에서 장승업님의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물론 허구겠지만...) 그 영화를 완전하게 완성시켜 놓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장난기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숯불 가마를 지그시.. 아무런 대사없이 쳐다본다. 그리고 아주 덤덤하게 기어 들어간다. 마치 자신의 인생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의 움직임과 같이 자유럽길 바랬노라고 말하듯.. 그 자유를 숯가마에서 발견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동화되는 삶을 통해 편견과 기대를 살라버리고 자유로롭고 싶던 열망을 홀로 간직하려 그렇게 들어간다.
네번 넘게 본 것 같다. 영화관에서 보고, 비디오로도 보고... 다른 어떤 장면들보다 그 마지막 장면은 너무 아름다웠다. 내 가슴에서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아닌가 싶다. 터미네이터가 용광로 불에 들어가면서 손가락을 들어올리던 그 장면보다 더 강렬한 장면이었다. 솔직히 정말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그 불의 모습을 가지고 싶었다. 나도 보고 싶었고, 그 순수한 불에 들어가고 싶었다.(다니엘의 친구 하나냐는 평소보다 일곱 배나 뜨거운 풀무불에 들어갔지만, 털 끝 하나 거슬러지지 않았다는 역사의 기록이 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었던 불과의 만남에 대한 열망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짓눌리는 압사를 당하고 말았던 나는 아주 작은 초에서 순수한 춤을 추는 불을 다시 만났다.
장승업님이 본 불은 과연 내가 본 것과 같은 것이었을까?
내가 본 불은 우리 엄마의 눈물이었다. 내 기억에 우리 어머닌 눈물이 많은 사람이기보다 웃음이 많은 분이다. 아무리 가난해서 배를 굶고 있어도 늘 대화를 통해 극복하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아들의 행동에 편지로 채찍질하시고 서로를 크게 만들어 놓은 분이다. 내가 군대를 입대 할 때도 눈물 흘리지 않으시던 분이 내 기억속에 단 한번 눈물을 흘리신 적이 있었다. 뭐 이것까지 말을 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느낀 어머니의 눈물은 자신의 신념이 지켜진 것에 대한 한없는 감사의 눈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의 종류는 정말이지 너무 많다. 그런데 프로폴리스의 효능이 그대로 살아있어 면역력을 증강시켜주고, 그 향에 취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이렇게 아름다운 불빛을 만들어내는 초는 또 어디에 있을까..? 사진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새어나오는 불 빛을 조용히 보노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최면에 빠지리라. 타인의 말과 생각에 휘둘려 조각 조각 만들어놓은 나만의 벽을 조용히 녹여내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얻을 수 없는.. 평온함과 긍휼함을 느껴보게 되리라.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 할 것이라고 마음먹었던 나에게 저 불은 아주 세미하고 은은한 말로 나즈막히 속삭인다.
'그래서 어쩔건데?'
못난 내 모습에 한없이 부끄러운 밤.. 웃음소리로 가득한 TV도,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걸음도, 목이 쉬도록 질러대는 괴성에 가까운 노래도 풀어주지 못하던 마음을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빛이 보듬어준다.
'아직 다 녹아지지 않아서 그래. 아직 다 깨어지지 않아서 그래. 의식은 죽어있고, 자존심만, 자아만 살아있어서 그렇지 너도 나와 같은 불이되면 누군가를 깨울 수 있어.'
완전.. 우리 엄마다.
살아있는 생명체로 이런 아름다운 빛을 보고.. 불과 공감을 나눈다는 것이 어찌보면 우습게 보이려니와 나에겐 너무나 중요한 의식이 되어가고 있다. 가슴에 불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 불과의 만남이 이어지는 의식을 많은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다.
아름다우니까...
새벽에 내리는 눈에 흥분하다 자빠라진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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